회고/여행

나의 몽골 여행기(1, 울란바토르로 떠나다.)

susong 2023. 3. 6.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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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면서

근 10일간 함께한 투어 동지들과 함께

터키를 다녀오고 1달이 지난 시점, 나는 아직 여행이 목말랐다. 군에서 보낸 2년 4개월의 갇혀있던 시간은 3주 정도의 터키여행으로 갈음하기에는 너무 컸고, 나는 그 여행에 대한 목마름을 충족시킬 어딘가를 찾아다녔다. 인도와 스탄 국가들을 제외하고 거의 모든 아시아 국가를 다 가본 나로서는 몽골은 아직 가보지 않은 미지의 땅이었고, 나는 이 갈증을 채워줄 곳으로 몽골을 선택했다.

 

몽골을 가기로 마음 먹은 후, 여러 리뷰들을 비교하며 어떻게 갈까를 생각해 봤다. 개인적으로 가장 선호하는 여행 방법은 충분한 조사를 바탕으로 한 개인여행이지만, 몽골은 그런 부분이 매우 제한적이라는 것을 조사를 통해 알 수 있었다. 실제로, 가장 유명하고 볼 것이 많은 여행지들은 수도에서 비포장 도로를 15시간 이상 달려야 하는 곳이 대부분이었고, 이런 부분은 개인이 간다면 얻기에는 많이 힘든 교통수단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나는 몽골에 대한 가장 많은 정보가 있는 네이버 카페인 러브몽골에서 동료를 구하기로 마음먹었다. 

 

글을 읽고 모집인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고, 이 팀에 참여하기를 희망했다.

실제로 러브몽골 카페에 가면 수 많은 구인글들이 하루에도 몇 십 개씩 올라오고 그 안에서 수많은 팀들이 자신의 동행자들을 구한다. 나는 2일 정도 이 카페에 수시로 들어가서 구인글들을 확인했는데, 우리 팀의 모집글을 보고 '아 이 팀은 가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바로 연락을 취했다. 사실 내 일정에 더 맞는 팀도 있었고 내가 원하는 일정에 더 맞는 팀들도 있었지만, 이 팀의 글을 보고 모집인이 충분히 준비를 한 사람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이 팀으로 선정하게 되었다. 또, 글을 통해 사람의 인격을 본다고 모집인이 충분히 좋은 사람일 것이라는 인상을 받았기 때문도 있었다. 물론, 그 추측은 여행을 통해서 맞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여행을 출발하기 전에

나는 여행에 있어서 충분한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였다. 꼭 몽골에 가고싶어!라는 마음이 가득하기보다는 그냥 여행의 갈음을 채워줄 곳이 필요했고, 그 욕망을 채워줄 곳으로 몽골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나는 어딘가에 여행을 갈 때에는 그 나라의 문화와 역사가 궁금해서 갈 때가 많다. 실제로, 여행을 가기 전에 꼭 그 나라의 역사책을 읽고 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몽골 여행은 문화나 역사적 건축물보다는 드넓은 자연과 별들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에 마음에 확신을 가지지 못했던 것 같다.

 

하지만, 가기로 마음을 먹었고 또! 팀도 구했으니 꼭 가야겠다! 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만약에 내가 팀을 안 구했다면 몽골에 갔을까? 잘 모르겠다.

 

고맙게도 우리 모집인은 필요한 모든 것들을 알려주었다.

나는 여행짐을 설렁설렁 싸는 편이다. 여행에서 얻은 경험들은 즐겁거나 고생이거나 모두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역사, 문화, 언어 등 여행에 필요한 지식적인 부분은 모두 철저하게 준비하지만 물건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아 왔다. 물론 이런 성격 때문에 여행 중에 낭패를 볼 때도 많았지만 그때마다 나는 '아 좋은 경험이다'라고 생각하고 넘겨왔었다. 이전까지는 그 부족한 짐 준비를 여행지에서 해결할 수 있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인데, 만약 그렇게 이번 몽골도 갔다면 매우 힘들어질뻔했다..

 

몽골에서 공산품을 구하는 것은 한국보다 힘든 일이다. 특히, 내가 원하는 종류의 것을 얻을 확률은 매우 낮았다. 내가 수도의 가장 쇼핑하기 좋은 백화점 옆에 숙소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사고싶은 것을 구하는 것은 어려웠다. 몽골 여행을 보면 모두 어떤 히잡 같은 모자 겸 망토를 쓰고 있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는데, 나는 특히 이것을 미리 준비하지 않은 것을 끝까지 후회했다. 그냥 가서 사면 되겠지라고 생각한 게으름의 말로라고 하면 그렇다고 할 수 있다.

 

그래도, 우리 모집인이 어떤 것들은 그래도 준비해야되는지 알려주어서 덕분에 큰 위생, 생활상 문제는 없이 여행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혹시, 몽골 여행을 준비하는 사람이라면 꼭 기억해라 몽골에 갈 때는 챙길 수 있는 것은 모두 챙겨라. 가서 부족할 일은 잘 없다. 이걸 가져가? 말아? 싶으면 챙겨라 가서 필요할 수 있다. 

 

짐을 싸고, 같이 가는 동행인들과 한번의 술자리를 진행한 후 나는 몽골로 가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어떤 여행이 펼쳐질지에 대한 호기심과 설렘을 가득 안고 그렇게 비행기를 타고 울란바토르로 향했다.


그렇게 몽골에 도착했다.

몽골 도착 직전 창가에서 찍은 사진

몽골은 매우 추웠다. 정말이지 내 생각보다 훨씬 추운 곳이었다. 다행히 날씨를 보고 가서 다행이지 그냥 갔다면 얼어죽었을 것이다. 나중에 확인해 보니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가 세계에서 가장 추운 수도였는데, 가서 느낀 것은 '이런 곳에 도대체 어떻게 사람이 사나?'싶었다. 물론, 울란바토르는 약과였다. 나중에 간 사막들의 저녁은 너무나도 추웠다. 가을과 초봄에 몽골 여행을 계획하는 사람이라면 내복을 꼭 챙기기를 바란다. 입 돌아갈 수 있다.

 

울란바토르 공항입구에서 한 컷

공항은 그 나라의 입구이자 첫 인상이라고 하지 않는가? 몽골의 공항의 첫인상은 조그마하고 아늑하다였다. 실제로 이 공항은 그렇게 작은 공항은 아닌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몽골의 가장 큰 공항이 생각보다 크지 않아서 작게 느껴진 것 같다. 하지만, 이 아늑함은 도대체 어디에서 온 것일까? 나는 그 이유를 금방 확인할 수 있었다. 곳곳에 한국에서 매우 익숙한 점포들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내 눈이 닿는 모든 곳에 한국 브랜드가 1개 이상은 있었다. CU, GS25, 카페베네 등등..


여긴 한국인가 몽골인가?

이 CU와 GS25는 몽골 수도 모든 사거리에 존재한다.

그렇게 나의 몽골에 대한 첫 인상은 아늑함으로 시작했다. 어디에나 한국에서 자주 보던 상표들이 있었고, 많은 사람들은 실제로 한국말도 잘했다. 내가 어눌한 몽골어로 물어보고 있으면 옆에서 어떤 사람이 한국말로 대답을 해주는 경험을 자주 할 수 있었다. 나중에 가이드님을 통해 몽골에 우리나라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이 그렇게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실제로, 몽골에서 많은 젊은 사람들은 낮은 임금과 산업의 부족 때문에 한국으로 일하러 많이 온다고 한다.

 

마치, 우리나라 60~70년대에 파독근로자분들께서 우리나라로 외화를 벌어오셨듯, 이 나라의 젊은이들은 우리나라로 외화를 벌기 위해 오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한국어를 배우고, 한국 문화에 익숙해진다고 한다. 실제로 많은 몽골 사람들은 우리가 한민족이라는 것에 즐거움을 느끼는 것 같았다. 여러 몽골분들을 통해 우리가 한 민족이라는 이야기를 들었고, 즐거워하셨다. 나는 그분들이 우리나라를 이렇게 좋게 생각해 주시는 것에 감사하고 덩달아 기분 좋았었다.

 

이 나라는 콜라에도 한국 국기가 있다(도대체 왜!!?)

실제로 우리 가이드분도 한국에서 10년 이상 거주하신 경험이 계셨고, 그 체류 기간 중에 딸 아이도 한국에서 낳으셨다고 한다. 덕분에 유창한 한국어 실력을 가지셨고, 이 경험을 살리셔서 고향에서 가이드를 하고 계셨다. 나는 특히, 우리 가이드분이 우리나라를 좋게 생각해 주셔서 감사했다. 그분께서 우리나라를 언급할 때 늘 좋은 이야기가 나오는 것을 보고 내가 몽골에 대해 너무 무지하지 않았는가? 에 대해 후회하기도 했었다. 실제로, 몽골에 가서 보면 너무 많은 사람들이 한국에 관심을 가지고 알고 싶어 한다. 또, 몽골 어디를 가도 한국 브랜드와 제품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부분 상상하지 못하는 일이겠지만 말이다.


한국 문화와 몽골역사

건물만 보면 공산권 국가가 맞다.

광장, 딱딱한 건물 그리고 네모네모함. 완전 공산권 국가 그 자체인데, 생각보다 몽골의 사회는 한국의 근현대사와 닮아있다. 이 나라는 재미있게도 세계에서 가장 낮은 인구밀도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인구 절반 이상이 이 작은 올란바토르 수도에서 살고 있다. 그 과정에서 지방소외, 환경오염, 그리고 빈부격차 등 우리나라가 80 ~ 90년대에 겪었던 수많은 문제들을 그대로 겪고 있다. 다른 점이라고 하면 우리나라는 그때 적절한 리더십과 냉전을 통해 얻은 이득 등이 있었다는 점이다. 아쉽게도 우리나라와 발전상은 닮지 않았지만, 우리가 겪었던 문제를 겪고 있는 몽골은 어떻게 보면 진짜 형제의 나라가 아닌가 싶다. (심지어 내몽골 / 외몽골로 분리된 것도 비슷하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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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이 사람들이 먹는 음식들을 봐도 우리와 닮아있다. 수도를 벗어나면 당연히 우리나라 음식이 퍼져있지 않지만, 수도 내에서는 우리나라 음식을 찾는 것이 매우 쉬웠다. 고개를 90도만 돌려도 한국음식점을 찾을 수 있었을 정도였으니 더 말할 필요도 없을 것 같다. 한류가 물들인 동남아를 가봐도 우리나라를 이렇게 사랑하고 우리나라 음식을 찾는 곳은 없을 것 같다. 우리나라와 가장 가까운 문화를 공유하는 곳은 몽골이지 않을까?

 

다음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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