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고/여행

나의 몽골 여행기(2, 칭기즈 칸의 흔적을 찾아서)

susong 2023. 3. 6.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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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의 길에는 낭만이 있다.

몽골의 동반자 푸르공과 함께

낭만과 고생은 함께온다고 생각한다. 나는 20대에 몽골에 온 것을 정말 잘한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몇 년만 지나서 왔다면 허리가 아파서 저 차에 그렇게 오랜시간 앉아있지 못했을 것이다. 푸르공은 정말 재미있는 차다. 정말 작아보여서 내가 저기에 들어갈 수 있을까 싶다가도, 안에 앉아있으면 꽤 아늑해서 타고다니기 좋다. 또, 와 저런 곳을 차가 갈 수 있을까? 싶은 곳을 아무렇지도 않게 달려나간다. 이 황량한 땅에서 일어나 세계를 호령한 몽골 제국의 기병이 연상되는 차이다. 작지만, 강하다.

 

몽골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저 차 안에 최소 가는날 * 6시간 정도는 탑승한다고 생각하면 좋다. 도로의 85% 이상이 비포장 도로이기 때문에, 저 차를 타고 ATV를 버틴다고 연상하면 적절할 것 같다. 하지만,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 아닌가? 금방 적응할 수 있다. 또, 푸르공도 깔끔한 새 차량이 당첨되면 매우 편안하게 탈 수 있다. 우리 차는 뽑은지 이제 2년이 막 되어가는 따끈따끈한 새 푸르공이어서 특히 더 만족스러웠다.


칭기즈 칸을 만나다

이 사람의 흔적이 보고 싶어서 나는 몽골에 왔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정복자를 뽑으라고 하면 나라마다 다른 사람이 나올 것이다. 유럽에서는 프랑스의 나폴레옹 황제,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더 대왕 혹은 이슬람에서는 우마르 칼리프 등등 정복자라고 하면 이 세상이 이름을 내걸 수 있는 사람이 많이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사진의 뒤에 있는 이 사람 앞에서는 모두 작아질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나는 우리나라를 9회에 걸쳐 침략한 대 원제국을 세운 칭기즈칸의 동상에 방문했다. 우리나라 역사를 통해 보면 좋아할 수 없는 사람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정말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또 존경하는 인물이다.

 

 

동상의 크기에서 몽골인들의 생각을 엿볼 수 있다.

실제로, 몽골에서 칭기즈 칸은 단순한 역사의 인물이 아니다. 이 나라가 가장 사랑하는 인물이자 가장 존경하는 인물이다. 마치 몽골인들을 구원한 신같은 존재가 바로 징기즈칸이다. 그런 사랑은 이 사람의 동상 크기에서 엿볼 수 있는데, 징기스칸을 상징하는 저 동상의 크기는 상상을 초월한다. 동상의 크기는 그 나라가 그 사람을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엿볼 수 있는 방법이라고 하는데, 몽골인들이 칭기즈 칸을 얼마나 사랑하는지는 동상의 크기로 바로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우리나라와의 역사를 잠시 덮어두고, 개인으로서는 존경하지 않을 수 없는 인물이기에 나 또한 동상을 보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 한 개인으로 태어나 세계 역사에 한 획을 긋는 업적을 쌓은 저 사람은 얼마나 큰 책임과 권한을 지고 살았을까 한번 생각해볼 수 있는 곳이었다. 이 척박한 땅에서 저 사람만큼의 업적을 쌓은 것은 이 세상에 단 한 사람뿐이기에 더 크게 와닿은 것 같다. 과연 나는 저 사람이 짊어진 무게를 감당할 수 있을까? 아마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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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넓은 몽골의 자연으로

웅장한 몽골 역사는 뒤로 하고 이제는 몽골의 자연과 마주할 차례이다. 우리는 푸르공을 타고 달리고 달려 테를지로 향했다. 그리고 나는 이때부터 푸르공만 타면 잠들었던 것 같다. 아마 몽골여행을 쾌적하게 하는 최고의 방법은 잘 자는 것이다. 특히, 덜컹거리는 푸르공에서 잠들 자신만 있다면, 몽골 여행은 정말 꿀같을 것이다. 나는 머리만 닿으면 잠드는 스타일이라 여행이 너무나도 쾌적했다. (물론 다른 동료들은 푸르공의 시간들을 좋아하지만은 않았다)

푸르공 내부에서 한 컷, 즐거운 동지들과 함께

우리의 다음 목적지는 거북이 바위, 사실 나는 무슨무슨 바위라고 하면 크게 기대하지 않는다. 우리나라에 있는 여러 이름있는 바위들을 봤을 때 크게 감명 받은적이 없어서, 이번 거북이 바위도 그냥 큰 원같은 돌을 보면서 거북이라고 이야기하지않을까? 라고 생각했다. 물론, 도착했을 때 내 생각은 산산조각났다. 그리고 '몽골 생각보다 만만치 않은 동네구나'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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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바위는 진짜 거북바위다. 정말 말 그대로 거북이 그자체였다.

여행 직전 다녀온 터키, 그 전에 방문한 장가계나 미국의 대자연들을 보며 느꼈던 장엄함이 이 곳에는 널려있다. 다른점이 하나 있다면, 여기에는 사람이 비교적 적다. 특히, 내가 간 가을은 비수기라 이런 크고 멋진 자연들 앞에 사람이 한명도 없었다. 덕분에 마치 전세 낸 듯이 놀러다닐 수 있어서 정말 좋았던 것 같다. 다른 나라같았으면, 이런 곳에 적어도 여행 팀이 3~4팀 있었을 텐데, 우리는 이 때부터 우리와 동선 겹치는 팀을 한번도 볼 수 없었다. 정말 날짜를 잘 잡았던 것 같다.


몽골의 아픈 기억 티베트 불교로

 

티베트 불교 아르야발 사원에서

몽골 역사에서 티베트 불교는 들을 수록 슬픈 기억이다. 소련 예하에서 공산국가였던 몽골은 공산주의 정책 중 종교 말살정책을 펼쳤고, 그 과정에서 수많은 승려분들이 살해당하셨다고 한다. 가이드분께 듣기로는,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고 공산정책에 반발하는 지식인들이 많아지고 그 중 국민들의 존경을 받는 승려들도 많다보니 참사가 발생했다고 한다. 당시 정부는 지식인들과 승려들을 살해해서라도 그들의 입을 막고싶었기에, 빠르게 티베트 불교를 말살하는 정책을 펼쳤다고 한다. 몽골을 달리다보면, 아직 몽골인들의 티베트 불교에 대한 존경을 엿볼 수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아픔도 느낄 수 있었다. 몽골의 슬픈 역사에서 오는 한이구나 라고 생각했다.

 

몽골의 아픔에 공감하면서도 나는 우리의 불편한 이웃, 북한에 있던 절들은 어떻게 되었을지 궁금해지기도 했다. 공산국가 아니 독재국가인 북한에 있는 종교의 흔적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광개토대왕 때 지었던 광법사(평양에 위치)는 아직 존재할까? 그곳의 승려분들은 공산정권이 설립될 때 과연 어떻게 되었을까? 몽골의 역사를 보면서 우리나라 역사 한켠을 살펴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이들의 아픔이 마치 남의 일이라고만 생각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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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의 절들에는 아픔이 서려있다.


하루의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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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과 함께

몽골에서 말은 이동수단이자 동료이자 삶이다. 모든 곳에 말이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말을 탈 때와 다르게 매우 저렴한 가격에 말을 탑승할 수 있었다. 제주도에서 15분정도 말에 타면 2~3만원을 지불해야했던 것과 다르게 이 곳에서는 1시간 이상 탑승했음에도 불구하고 절반도 안되는 가격에 말을 탔던 것 같다. 

 

이 곳의 말들은 우리가 아는 멋있는 말들과 많이 다르다. 다리는 짧고, 몸도 길쭉길쭉하지 않다. 우리가 영화에서 보는 백마 탄 왕자님이 타고 나오는 말이랑은 매우 다르다. 하지만, 이 말들은 그 말들과 다르게 쉽게 지치지도 않고, 인내력도 강하다. 외연과는 다른 강한 인내와 힘이야 말로 몽골을 상징하는 말이지 않을까? 그런 점에서 이 몽골의 말들은 그 이미지에 매우 부합하는 것 같다. 또, 이 말들의 조상들은 이 지구에서 그 어떤 말들도 하지 못했던 일들을 해낸 대단한 말의 후손들이다. 바로 세계정복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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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은 늘 맛있는 보드카와 함께했다.

다음 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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