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교는 임관 후 바로 배치받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병과에 맞는 교육을 추가로 실시한다.
기갑장교는 탱크 모는법, 그리고 병기장교는 탄약 및 정비 관련된 교육을 받는다.
이런 추가적인 교육을 받음으로써, 해당 분야의 전문가가 되고 이 교육 덕분에 장교가 장교일 수 있는 위엄을 얻는다.
이 교육을 군에서는 초군반(OBC)이라고 한다.
초군반 생활
나는 공보정훈병과이기에 OBC에서는 내 병과에 알맞은 특별한 교육들을 받았다.
1. 정훈
- 정훈교육 방법(교육 방법론, 교수법)
- 정훈교육 배경지식(한국사, 대남도발사 등)
- 교육계획 작성법
- 참모로서의 역할과 방법
2. 공보
- 언론 대응방법
- 언론에 대한 이해와 신뢰받는 군이 되기까지
- 공보대응절차
- 기본적인 사진촬영 및 영상편집 방법
3. 장교로서의 덕목
- 기본적인 보병전술 등등
- 전술지도 등
OBC에서는 특화된 장교로서 성장하기 위해 특별한 교육을 하는 곳이다.
나는 위 교육들을 통해 군과 사회가 소통하는 방법에 대해서 알았고, 이를 통해 야전에 나갔을 때 어떤 업무들을 맡을지에 대한 이해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임관하기까지 장교는 모두 같은 교육을 받는다.
소대 및 분대 통솔 그리고 소총수역할 기초적인 전략/전술 등등 장교가 되기 위해서 받아야되는 기본적인 교육은 병과와 상관없이 모두 동일하게 교육 받는다.
그 이후, 초군반(OBC)은 임관 때까지 만들어낸 탄탄한 토대에 자신의 병과라는 색을 입히는 과정이다.
나는 이 때 초군반 생활이 너무나도 행복했다.
공보정훈의 초군반 시설은 다른 병과 시설보다 훨씬 호화스러웠고(2인 1실!) 풍족했다.
식사조차도 자신이 원하는 식당 5군데 중 골라 먹을 수 있는 이런 자유는 어떻게 보면 미군을 연상시키기도 했다.
가장 내가 행복해했던 것은 이곳의 도서관인데, 국정원(국방정신전력원)이 위치한 곳에는 다른 교육과정도 같이하는 기관이 상주하고 있다.
그렇다보니, 그 안에는 큰 도서관이 있는데 이 도서관에는 최신 과학기술 서적을 제외한 대부분의 책들이 있었다.
평일에는 나갈 수 없다보니(특히나 코로나때문에 통제되었다) 나는 이 도서관이 파묻혀 살았는데, 이때 학교 다니면서 읽고싶었으나 우선순위에서 밀린 책들은 모두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혹시 공보정훈을 꿈꾸는 장교후배가 있다면, 꼭 자운대 도서관을 애용하시길
자운대의 생활은 꿈만 같다.
군대라기보다 자신의 그릇을 키울 수 있는 최적의 공간이라고 볼 수 있다.
초군반에서의 사진들
자운대 안은 조경도 매우 훌륭한데, 이 곳의 풍경은 나중에 한번 와보고 싶을정도로 아름답다.
중앙 곳곳에는 박정희 대통령의 흔적도 많이 발견할 수 있는데 그가 이곳을 원래 청와대 터로 삼았다는 풍문만 간간히 들었었다.
물론 누군가 와서 자운대의 모습을 본다면 충분히 그럴만하다고 느낄 것이다.
교육 수료 후 자대로 배치받기 까지
행복은 끝이 있기에 아름답다고 하지 않는가?
즐거운 OBC 생활도 4개월이 지나면 마치게된다.
'이 3개월간 배운 교육 과정이 과연 내가 배치받을 부대에서도 통할 것인가?' 모든 교육과정은 같은 불안함을 가지고 둥지를 떠나간다.
나는 제천에 있는 모 부대로 배치되었는데, 담당교관님께서 따로 부르셔서 힘들면 꼭 전화하라고 하신 것이 매우 기억에 남는다.
내가 가는 곳이 과장 직책에 전임자도 없기 때문에 인수인계받을 수 없는 상황이라서 그렇다고 하셨는데 당시에는 그게 무슨 의미인지 알 길이 없었다.
물론, 자대에 가고 1주일만에 왜 전화하라고 하셨는지 이해하기는 했다..(인수인계를 못받고 업무를 시작한다는 것은 처음부터 내가 다 만들어서 올려야된다는 뜻이다.. 업무 시스템도 없고 정말 너무 원망스러웠다.)
하지만, Life is Unfair.
안좋은 조건이 내게 적용되는 조건이 아니기를 모두가 소망한다. 하지만..! 그것이 내 일이 되었을 때는? 그냥 순응하고 열심히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순응과 함께 나의 2년간의 자대 생활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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