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42서울

크롬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발표 회고(2022. 12.)

susong 2022. 12. 21.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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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면서

발표의 부담감을 어깨를 짓눌러도 웃어야 긴장이 풀린다.

2022.11월 내 Slack에는 하나의 부탁이 찍혔다.

다름이 아니라, 42 재단에서 수요지식회를 주제로 박람회를 여는데 거기에서 발표를 부탁한다는 내용이었다.

 

배움의 나눔이라는 것에 충실한 나는 여러 번 42에서 발표를 진행했었고, 재단 담당자도 그런 나를 좋게 봤던 것 같다.

당연하게도 바로 승낙하려고 했는데, 내용이 조금 이상했다. 

내가 철학과를 전공한 것을 바탕으로 철학을 강연해줬으면 하신단다..

 

그 제안은 즉시 거절, 하지만 그때 당시 프론트를 처음 접하며 궁금했던 브라우저에 대하여 발표하기로 했다. 리액트를 익히며 최적화하는 코드들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졌으나, 브라우저의 작동원리가 결여된 상태에서는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브라우저에 대해서 하나도 모르면서 브라우저에 대해 발표하기로 했다.

 

공부를 위해 발표를 잡는다니 참으로 무모하면서도 효율적인 공부방법이다.


많은 지식과 레퍼런스

나는 아무것도 몰랐지만, 다행히도 브라우저와 관련되어서는 많은 정보들이 인터넷에 있었고 나는 여러 브라우저들 중에 크롬을 중심으로 발표를 진행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왜 크롬인가?

첫 번째로, 내가 크롬을 쓴다! 내가 쓰는 것에 대해 이해하는 것이라면, 내가 발표를 혹여나 안 하더라도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믿었다.

두 번째로, 많은 사람들이 크롬을 쓴다! 즉, 내가 나중에 개발할 웹페이지들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크롬으로 들어올 것이라는 뜻이다. 공부해 두면, 나중에 내가 짤 프로그램의 최적화에서 많은 이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마지막으로, 정보가 많다! 크롬의 핵심인 크로니움은 오픈소스기반이다. 즉 지금도 누구나 크롬의 핵심은 확인할 수 있다! 또, 오픈소스기에 많은 사람들이 관련되어 기고해주었고 나는 그 양질의 내용들을 우리 커뮤니티에 나누고자 했다. (크로니움 링크)

 

위의 내용들 말고도 많은 크롬 개발자들의 기고들이 발표를 위한 길을 열어주었다.

브라우저 아키텍처에 대한 이해가 결여되어있을 때, Mariko Kosaka의 Inside Look at modern web browser(part 1 ~ 4)은 내 발표의 근간을 이루어 주었고 이 외에도 크롬 개발자들이 기여한 많은 글 그리고 영상들이 내 발표의 뼈대가 되었고 그리고 과실이 되었다. 당시 참조한 레퍼런스들은 링크 참조

 

아무것도 모르던 처음에는 당연히 막연했지만, 여러 글을 읽으며 그리고 겹치는 개념들을 반복학습하면서 브라우저의 각 부분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이해했고, 또 왜 그렇게 제작했는지를 이해했다.

 

내가 기존에 알고 있던 간단한 의문들(왜 script들은 아래에 쓰는 것이 빠를까?) 등 여러 가지 의문들이 공부를 통해 해소되었고, 앞으로 코드를 작성할 때도, 브라우저의 입장을 배려할 수 있게 되었다.

 

후배들을 위해서, 그리고 자신의 창조물들을 설명해주기 위해서 많은 글들을 작성해준 선배 프로그래머들에게는 늘 감사하다. 


발표영상

 

 

총 100명 이상이 참석해준 내 발표 영상

발표는 성공적이었다. 이전 세션 인원보다 훨씬 더 많은 인원들이 들어오느라 시간이 많이 지연되었지만, 나는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했다. 주어진 현실에서 늘 최고의 결과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 그것이 프로그래머의 기본자세 아니겠는가?

 

원래 발표는 30분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예상보다 더 많은 인원들이 들어오느라 시작이 10분 이상 지연되었고, 나는 뒤 연사를 위해 마지막에는 최대한 빠르게 발표를 마무리해야만 했다.

 

내 발표가 15분을 넘어가던 중 앞에 박람회 기획자의 다급한 '끝내주세요' 신호가 보였고, 나는 남은 15분의 내용을 8분에 압축해야만 했다. 만족스럽진 않았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이야기하고 싶은 내용은 다 이야기했다고 생각한다.

 

발표가 마치고, 많은 사람들이 내게 와서 너무 좋은 발표 잘 들었고, 고맙다는 이야기를 해줬다. 발표는 이런 간단한 감사에 감동받는 것 같다. 

 

나는 발표하기 전에 최소 10회 이상의 리허설을 한다. 즉, 이 발표도 못해도 5시간 이상 혼자 떠드는 시간을 포함한다는 것이다. 21살 멋모르던 내가 발표에 대한 오만함을 기반으로 중기부 장, 차관님 앞에서 발표를 절어버린 기억이 있다. 나는 그때 이후로 절대로 발표에서 실수하지 않으려 강박적으로 리허설을 진행한다. 

 

연사는 내 발표를 듣기 위해 와주는 모두의 시간보다 더 많이 준비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이번 발표는 원래 50명을 대상으로 30분 하기로 기획되었으니 나는 중간에 넘치는 열정이 아니었다면 최소인 25시간 정도 투자했을 것이다. 물론, 결과적으로 나는 내 욕심 때문에 그것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을 투자했지만 말이다.

 

그렇게 발표는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고, 언제나와 같이 2번은 안 해야겠다는 마음을 가득 안고 나는 일상으로 복귀했다.


수많은 피드백들

42에서 발표하면 좋은 점은, 이곳이 동료평가를 기반으로 하는 커뮤니티이기 때문에 발표도 평가를 받는다는 점이다.

 

이번 발표도 예외는 없다. 내 강의를 보러 온 모든 사람은 나에 대해 평가할 수 있었고, 나는 5.0점 만점에 5.0의 점수를 받았다. 피드백 중에 인상 깊었던 내용들은 아래와 같다.

모든 내용들을 가져올 수는 없지만, 50개의 피드백 모두 좋은 내용들을 포함하고 있었다.

 

발표가 끝나고, 조마조마한 마음을 안고 피드백 하나하나를 살표 보았다. 또, 내가 한 발표 내용도 다시 보며 '아 저기에서 이렇게 말할걸' 혹은 '이 내용은 하지 말걸'같은 스스로에 대한 피드백도 진행했다.

 

발표에는 언제나 미련이 남지만, 볼 때마다 이전보다 조금 더 발전한 내 모습에 늘 감사한다.


앞으로의 계획은

이 발표를 마치고, 이번에는 이노콘(이노베이션아카데미 컨퍼런스)에서 발표를 부탁받았다.

 

이번에는 5분이지만, 사실 5분 발표가 30분보다 더 힘들다. 하나의 실수조차도 비중이 크고 또 하고 싶은 이야기를 농축적으로 이야기해야 되기 때문이다. 나는 42서울의 교육과정에 대해 발표할 생각이다.

 

42 교육과정은 매우 단단한 기초를 만들어내는 것이 특징인데, 이것을 어떤 비유와 상징 그리고 논리로 청자를 납득시킬지 고민해봐야 될 것이다.

 

발표할 내용을 정하고, 발표기법을 고민하고 나누는 순간은 행복하다.

앞으로도, 새로운 것이 나오면 배우고 익히고 그리고 나누는 프로그래머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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