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42서울

42베네핏 개발기 발표 회고(benefit.42seoul.link)

susong 2023. 7. 13.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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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면서

모든 발표를 만족스럽게 할 수는 없지만, 나는 발표는 최대한 내 발표를 들으러 와주신 모든 분들의 시간이 아깝지 않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발표는 내가 만든 원칙에 충분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발표를 마친 후, 잘 들었다고 이야기해 주는 많은 분들이 계셨지만 그 말을 들으면서도 마음이 편하지는 않았다. 집에 와서도 나는 '도대체 내가 왜 그렇게 발표를 했을까?'라고 하루종일 자책했다. 오늘은 내 자책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발표영상

42베네핏 개발기 발표

충분하지 못한 준비

나는 원래 발표를 하기 전에 내 발표를 들으러 와주시는 분들의 시간 만큼 발표를 준비한다. 예를 들어 50명이 내 30분짜리 발표를 들으러 와준다면 최소한 25시간은 발표를 준비해야 되는 것이다. 원래는 그런 원칙을 지켜서 발표를 준비해 왔는데, 이번 발표 때에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

 

당시 나는 트센(ft_transcendence)라는 42서울 마지막 과제를 진행하고 있었는데, 이 과제에 너무 많은 시간을 쏟았다. 아침에 눈을 뜨고 밥 먹는 시간을 제외하면 해당 프로젝트에 몰입해 있었고, 어떤 주에는 주 80시간에 가까운 시간을 코드 치는 것에 할애하기도 했었다. 코딩에 몰입하는 놀라운 경험을 하며 프로그래밍 실력과 경험치는 높아졌지만, 그것을 위해 너무 많은 시간과 체력을 쏟아버렸다. 

 

해당 발표는 발표일 4주전에 예정해 두었는데, 나는 발표 준비를 시작해야 되는 2주 전에도 트센 과제에만 집중하느라 제대로 된 발표 준비 시간을 할애하지 못했다. 결국 발표 2일 전에 가서야 팀원들에게 양해를 구하고(팀원들은 흔쾌히 동의해 주었다) 발표를 준비했지만, 충분한 체력이 없는 상태에서 준비한 발표는 내 기준에 충족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시간적인 문제는 핑계고 아래 내용이 진짜 내가 제대로 발표하지 못한 이유다.


발표를 잘한다고 생각한 착각

이번 발표가 만족스럽지 않게 나온 이유는 내가 발표를 잘한다고 생각한 착각 때문인 것 같다. 원래도 발표를 즐겼던 나는 학창시절부터 여러 무대에서 발표할 기회가 많았다. 하지만, 내 발표 인생에서 아직도 잊을 수 없는 2번의 순간이 있는데, 그 순간들은 각각 20살 때 사회적 기업 공모전 중간발표를 위해 장, 차관님들 앞에서 한 발표, 그리고 23살 때 업비트 컨퍼런스 발표 때 했던 발표다.

 

첫 번째인, 20살의 발표 떄 나는 너무 어리고 경험도 없었다. 해봤자 학교나 교육기관에서 내 또래들을 앞에 두고 한 발표는 실제 사회에서 조금밖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 내가 못해도 빵긋빵긋 웃어주는 친구도 없었고, 발표장소에는 내 발표를 보고 있는 차가운 눈동자들과 내 발표 내용에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움직이는 펜대들뿐이었다. 어찌어찌 20분 간 사회적 기업과 관련된 발표를 장, 차관님 그리고 예하 사무관, 서기관님들 앞에서 했지만 지금도 나는 발표 당시에 대해 기억나는 부분이 잘 없다.

 

얼마나 떨었는지, 발표를 마치고 나서 그 하루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정도로 힘이 빠졌었다. 분명히 발표 전에는 자신감이 있었는데 막상 발표를 하는 순간에는 백치가 되는 경험을 한 것이었다. 나는 이때 이후로 어떤 순간에도 발표를 망치지 않게 하기 위해서 더 많은 준비를 하겠다 마음먹었었다. 그리고 그렇게 내가 스스로에게 만든 기준이 발표 준비시간은 발표를 경청해 주는 모든 사람의 시간보다 커야 된다는 것이었다. 물론, 준비가 반드시 발표순간의 긴장을 막아주지는 않지만, 최소한 충분한 시간에서 오는 자신감은 발표에 큰 도움이 되어왔다.

 

두 번째 잊지 못하는 발표는 나의 업비트 컨퍼런스 발표였다. 그때는 해커톤을 마치고 발표하는 형식이었는데 해커톤 중 밤을 새웠기 때문일까 나는 발표직전 몸이 너무 좋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미 발표 내용은 내가 작성했고 피피티도 내게 맞추어 준비된 상황, 발표자를 바꿀 수도 없었기 때문에 나는 그냥 발표를 진행했다. 하지만, 몸이 좋지 않으니 수많은 눈동자들 앞에서 내 정신까지 망가져버렸다. 결국 나는 내가 하려고 했던 발표내용의 반절정도 간신히 마치고 내려올 수 있었다.

 

발표를 잘하기 위해선 높은 자존감과 자신감이 필요하다. 그리고 두 가지는 자신의 몸 상태가 큰 영향을 미친다. 몸 상태가 좋지 않으면, 사람은 위축되고 그런 위축은 평소에는 의도적으로 숨길 수 있지만 무대에서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가슴을 피고 당당한 모습으로 최대한 자존감을 높여보려고 해도 낮은 체력은 높은 자존감을 만들어주지 못한다. 이렇게 나는 충분한 준비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을 값진 경험을 통해 뼈저리게 느꼈다.


발표란 무엇일까

나에게 있어서 발표는 나 혹은 내 팀을 뽐낼 수 있는 무대다.

 

내가 스스로 혹은 팀원들과 해온 성취들을 사람들에게 이야기하고, 그 과정에서 나는 성취감에 도취된다. 그리고 발표를 통해 얻은 높은 성취감은 내가 더 높은 목표를 향할 수 있게 도와줬었다. 그렇게 지속적으로 앞으로 나아가다 보니, 나는 나도 모르게 이 성취감에 도취되어 버린 것 같다. 지금까지 내가 잘해올 수 있었던 것은 내가 잘하기 때문이 아니라, 이전에 값지게 배운 경험이 두 번 같은 실수를 하지 않도록 도와줬기 때문이었음을 이번 발표를 통해 다시 한번 깨달을 수 있었다.

 

살다 보면 나 혹은 내 팀이 해온 것들에 대해서 사람들에게 자랑해야 하는 순간들이 있다. 또, 내가 하고자 하는 방향을 위해 많은 사람들을 설득해야 할 순간도 있다. 이런 중요한 순간이 왔을 때, 또 이런 실수를 하지 않도록 이번 발표를 마음에 새겨야겠다. 다음에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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